민동식 기자

김진태 전문위원
최근 익명을 요구한 한 베트남 국적 근로자가 손가락을 심하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익명을 요구한 사유도
본인에게 불이익이 있을 우려 때문이다.
한편 해당 사업장은 이를 산업재해로 보고하지 않고 ‘공상처리’로 마무리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겉으로는 치료비를 지원하고 복리후생비로 회계 처리하는 등 일시적인 보상 형태를 취했지만, 이는 명백한 산재은폐 행위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산업재해발생보고)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3일이상 휴업이 필요한 재해가 발생한 경우, 지체 없이 관할 고용노동지청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170조제1항제3호에 따라 같은법 제52조를 위반하여 산업재해를 은폐하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관행이 외국인 근로자뿐 아니라 내국인 근로자에게도 광범위하게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업장이 여전히 “산재 처리는 회사에 불이익이 된다”, “보험료가 오르니 내부적으로 해결하자” , “산재 다발 사업장은 노동청의 집중 관리대상 업체”가 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사고를 은폐한다. 그러나 이는 근로자의 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산업현장의 안전 수준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다. 산업재해는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야만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숨겨진 사고는 또 다른 사고를 부르고, 그 피해는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정부의 산업안전 정책은 ‘보고 중심 행정’에서 ‘실행 중심 안전관리’로 전환되어야 한다. 서류상의 안전은 아무 의미가 없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장치 미비, 위험성평가의 형식화, 보호구 지급의 형식적 집행 등으로 근로자의 생명이 위태롭다. 실질적인 안전관리는 문서가 아니라 행동 속에서, 계획이 아니라 실천 속에서 완성된다.
이에 정부와 노동당국은 산재은폐 근절을 위해 사업장별 전수조사를 단행해야 한다. 특히 회사별로 사고발생시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진료병원을 지정하여 공상처리로 진료를 보는 지정병원을 점검하고, 복리후생비 명목으로 처리된 치료비나 보상비 항목을 면밀히 점검하여, 산재은폐 여부를 회계장부 차원에서 밝혀내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또한 내부 신고자 보호를 강화하고, 은폐 행위 적발 시 강력한 행정·형사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필요시 산재은폐를 막기 위해 제보한 제보자에게는 포상할 수 있는 제도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산업안전은 통계 수치나 보고서로 관리될 수 없다. 근로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기업의 윤리이자 사회적 책임이다. 산업재해를 감추는 문화가 이어지는 한, ‘무재해’는 허상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류의 정리가 아니라, 현장의 안전을 바로 세우는 실천과 실행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가 그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김진태 전문위원 | 산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