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식 기자
〔칼럼〕중대재해처벌법의 궁극적 목적은 산업재해예방!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후 올해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50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었다. 이 법에서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말한다.
○ ‘중대산업재해’ : 5인 이상 사업장에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또는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이내에 3명이상 발생한 재해 ○ ‘중대시민재해’ :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 결함을 원인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또는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재해 |
중대산업재해는 매년 6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업장(도급 등 포함) 재해에 적용되고, 중대시민재해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4・16 세월호 사건과 같은 시민재해에 적용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처벌하는 법
즉 중대재해처벌법은 위의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더 강하게 처벌하고,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을 지우는 법이다. 그러니 2022년 1월 27일 이 법이 시행되자 대기업과 건설사들이 앞다퉈 중대재해 예방을 경영방침을 내걸었다. 대기업・건설사들의 이러한 흐름은 하루에 2명 가까이 산업재해로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바람직함은 틀림없다.
문제는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이들 사업장은 대부분 대기업 등 원청과 부품 납품 등 종속적 관계에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50인 미만 사업장 전체 97.8%, 5인~50인 미만 35.7%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수는 2021년도 기준 1,995,751개 사업장으로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은 1,952,457개로 전체 사업장의 97.8%를 차지한다. 5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전체 종사자(18,182,282명) 중 60.9%인 1천 1백만여 명 수준이다(고용노동부 2023.4월 자료 갱신. 사업체노동실태현황 참조).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 중 35.7%인 712,697개소이고, 종사자는 43.6%인 7,936,282명이다. 하지만 사내 도급 등 사업장 쪼개기를 고려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영계는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의 처벌과 높은 수준의 손해액 배상으로 기업이 곧 문을 닫을 것 같은 공포와 우려를 조장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중대재해 건설업, 제조업 단연 높아
작년 전체 제조업 사망자 중 5인~50인 제조업 사망자 48.2%
지난 3월 7일 고용노동부는 2023년도 산업재해 현황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재해발생 건수는 584건이고 사망자 수는 598명에 이른다. 발생 건수로 업종별・산업별 건설업(297건, 50.9%), 제조업(165건, 28.3%) 발생 건수가 높았고, 사망자 수도 건설업(303명, 50.7%), 제조업(170명, 28.4%)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 2024.1.27.부터 적용되는 50억 미만 공사 건설업에서 사망자 수가 181명으로 건설업 사망자의 60.9%를 차지하고, 5인 이상 50명 미만 제조업 사망자 수는 82명으로 제조업 사망자의 48.2%를 차지하고 있다.
즉 2024.1.27.부터 적용되는 건설업 및 제조업에서 중대재해 사망자 수 비중이 50~60%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작은 사업장일수록 노동환경이 열악해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열악한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를 줄일 방법이 없는 것일까?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환경에서 중소기업은 여전히 이윤과 재해예방 비용 사이에 갈등하며 결국 안전보다는 이윤을 선택할 수 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체계 구축은 시간과 설비 투자 비용이 수반된다. 적은 시간에 값싼 노동력을 투입하고 이윤을 높이기 위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법 제정 후 1년, 시행 후 2년의 기간이 흘렀지만, 정부 정책은 근본 해결보다는 제도 지원 정책을 택했다. 사업장의 산업재해 예방에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산업안전보건체계 구축을 지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산투입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열악한 기업의 노동환경 개선 위해 경제민주화 정책 병행해야
대기업 등 원청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행하는 대다수 중소기업 사업장 작업환경은 열악할 것이고, 이들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안전보다는 생존 전략을 택할 것이다. 대기업은 더 많은 이윤 추구를 위해 위험을 값싼 노동력 시장과 하도급에 전가하고 고스란히 그 부담을 안은 하청업체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산재 오명 국가이다. 산재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원, 시간, 비용 등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제도 지원보다는 이들 사업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적정 도급 단가 등 경제민주화 정책을 병행해, 이들 기업이 이윤보다 생명을 중시하고 산업안전・보건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정송도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더 길